
“왕께서는 심기가 불편하셔요.”
어린 하녀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하며 음식 가득한 쟁반을 들고 돌아왔다. 쟁반은 주방에서 나갔을 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것이 하나 없었다.
“젊은 왕께서는 심기가 불편하셔, 위대한 왕께서는 심기가 불편하셔. 우리의 음식을 하나도 입에 대지 않고 계셔요. 왕을 위한 만찬, 복 받은 땅의 온갖 귀한 과일들.”
어린 하녀가 진심으로 아깝다는 듯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쟁반 위의 요리를 보았다. 늙은 하녀가 어린 하녀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고는 쟁반을 넘겨들었다. 어린 하녀는 체엣,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빨았다.
“이국의 왕께서는 심기가 불편하셔요. 어찌 된 일이죠? 온 군세가 그의 위업을 떨치고 만백성이 그의 위대함을 두려워하는데. 오늘도 그분의 용모는 신처럼 눈이 부신데도. 젊은 왕께서는 오늘도 심기가 불편하셔요.”
어전에서는 두려워 다리를 떨던 어린 하녀가 주방에만 들어오면 시끄럽게 재잘거리는 것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늙은 하녀가 잠시 고민하다 쟁반의 음식을 곧장 쓰레기통으로 넣었다. 빈 쟁반을 넘겨받은 젊은 하녀가 새침하게 수건을 들었다. 꼼꼼하게 닦아내며 어린 하녀에게 말했다.
“위대한 젊은 왕은 심기가 불편하시지. 우리의 아름다운 공주님이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야. 아, 우리의 공주님은 우리의 보물이지. 언제나 사랑과 자비가 넘치시는 분. 우리의 나라를 그토록 사랑하셨어. 그 때문에 잘생긴 왕이 사랑을 노래해도 그분은 듣지 않으시려는 거야.”
“나쁜 징조야.”
늙은 하녀가 말을 잘랐다. 어떤 때라도 한번 웃지를 않아 어린 하녀들이 무서워하는 여인은, 오랜 궁중 생활로 신중하기로 소문이 나 있는 사람이었다.
“공주님은 정직하고 곧은 분. 현명하신 분인데, 옳은 일이 아니야. 우리의 왕께서 그분의 결정에 노하셨지. 두 사람의 왕을 거역하고 있어.”
늙은 하녀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젓고 잠시 눈을 감았다. 오랫동안 모신 아름다운 주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분, 그리고 늠름한 분. 얼마 남지 않은 생의 마지막까지 모시는 것을 바라왔건만. 늙은 하녀는 눈을 뜨고 어느새 일손이 멈춰있는 부엌 하녀들을 재촉했다.
“이국의 왕께서는 심기가 불편하셔.”
“우리의 왕도.”
하녀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젠 공주님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어명을 거신 대가는 목숨뿐이므로.
“우리의 공주님은 홀로 위험한 싸움을 시작하신거야.”
***
길가메시는 칼을 차지 않고 있었다. 만약 이곳이 그의 나라였다면 그의 분노에 따라 평소 그의 허리춤에 있었을 칼에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왕이 거닐고 있는 곳은 그의 황금성이 아니었으며, 이 궁전 주인의 부탁으로 그는 그의 무기를 내려놓고 있었다. 때문에 길가메시왕은 자신에 대한 스캔들로 이리저리 입을 놀리는 철없는 아랫것들의 재잘거림을 참을성을 발휘해 흘려듣고 있었다. 그래도 왕의 자질이라, 그도 그 나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서민들의 말을 듣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원하는 소녀의 정보를 얻는데도 소용이 있었다.
길가메시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젠 익숙해진 이국의 궁전이었다. 조용한 숲과 선명한 야생동물의 발굽 소리, 신의 가호를 받아 그 어떤 곳보다 자연의 신비가 살아 숨 쉰다는 나라는 실로 아름다웠지만, 길가메시는 그 모든 것이 덧없게 느껴졌다. 전쟁에서 황폐해진 도시, 치솟는 불길이 얼마나 짧은 찰나에 숲을 불태우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덧없는 것에 온몸을 바쳐 헌신하는 작은 몸을 떠올리곤, 옅은 한숨을 내쉰다.
“이런 곳에 계셨습니까.”
꽃에 비유를 들기에는 강렬하지 않으면서도 그 어떤 진한 향초보다 왕의 마음을 강하게 뒤흔드는 향에 길가메시는 숨을 들이쉬었다. 차가운 북동의 바람을 몰고 살짝 떨어진 곳에 멈춰선 작은 소녀가 정중하게 길가메시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일국의 공주이면서도, 이전에 여자이거늘 여전히 그 어떤 치장을 마다한 채 형식적인 복식만 갖춘 모습은 황금의 왕이 보기에는 도리어 지나치게 수수하단 인상이었지만, 그 또한 그 자체로도 아름다움을 발하는 공주에게 어울리는 묘한 매력이었다.
길가메시는 여태 차갑게 굳어있던 얼굴을 펴서 웃어 보였다.
“오오, 아르토리아. 내 오늘 네가 나를 찾아올 줄 알았지. 오늘도 너란 여자는 아름답구나. 아르토리아, 아름다운 모습만큼 내가 흡족할 만한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보지 않겠느냐. 그래,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한 마디다만.”
얼핏 들으면 유치한 작업이지만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권위와 여유가 느껴지는 것도 길가메시란 남자의 그릇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별명처럼 황금처럼 눈부시고 영웅과 같이 위풍당당한 그의 미소를 눈앞에 두면서도, 공주 아르토리아는 절제 있는 품위를 잃지 않았다.
“이국의 왕이시여, 이미 그 손에 피를 묻힌 승리자여. 저는 당신과 우리의 안녕을 바라지 않습니다만, 하지만, 제 대답은 어제와 같고 그제와 같습니다. 길가메시 왕이시여, 저는 당신과 결혼하지 않을 겁니다.”
다시 한 번 숲에서부터 찬바람이 불어 들었다. 아르토리아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이미 왕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져있었다.
처음 그의 청혼을 거절했을 때는 마치 그녀가 농이라도 했다는 듯이 호쾌하게 웃음을 터트렸었다. 두 번째 청혼을 거절했을 때는 화를 내었다. 세 번째 청혼을 거절했을 때는 온갖 진귀한 보물과 군세가 나라에 보내졌다. 네 번째 청혼을 거절했을 때는, 또 화를 내는가 싶더니 아예 공주의 궁전에 눌러앉은 것이다.
그리고 방금 것으로 한 달 동안 다섯 번째의 거절이었다. 아르토리아는 아주 잠시, 당황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자신과 자신의 나라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와 그의 자만 가득한 호소를 참을성 있게 들을 각오를 하던 아르토리아였다. 하지만 그녀가 눈을 들어 본 것은, 깊은 슬픔이었다.
이런 얼굴을 할 줄 알던 남자였던가, 슬픔이란 감정을 영원히 모를 것 같던 권위의 왕이 진심으로 안타까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고뇌를 처음 눈앞에서 목격한 공주는 당황해서 고수하던 절제된 자태를 흩트렸다.
곧 길가메시의 얼굴에서 안타까움이 아니라 분노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것은 오롯한 격노가 아니라, 강한 갈증에서 비롯된 분노였다.
“아르토리아, 어리석은 여자야. 너는 나를 어디까지 실망하게 하고, 또 어디까지 떨어트릴 셈이냐.”
“저는 당신뿐만이 아니라 그 어떤 남자와도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것이 저의 대답이고 신념이라 일러드렸습니다. 왕이시여, 그만 당신의 나라로 돌아가세요. 당신 나라와 당신의 백성을 돌보세요. 저는 왕의 귀중한 시간을 할애할 만큼의 여인이 되지 못합니다.”
길가메시는 겸손하게 대답하는 아르토리아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 자신을 낮추는 것이 이 몸의 눈을 낮추는 것이 된다는 것을 왜 모르느냐. 나는 길가메시, 신도 붙잡는 영웅왕이다. 그런데도 너는 그 신에게 붙잡혀 너의 별에 영원히 천막을 덮어두려는구나!”
길가메시가 고개를 치켜들고 아르토리아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공주의 멱살을 쥘 것처럼 붉게 상기되어 있었기 때문에, 소리 없이 공주의 뒤를 따르던 자들이 긴장하며 나서려고 했다. 그들의 예상과 달리 길가메시의 손은 천천히, 느리게 들려 아르토리아의 뺨 위에 얹어졌다. 북동의 찬바람에 차갑게 식은 작은 얼굴이 살짝 떨리는 것이 손아래로 느껴졌다. 떨면서도, 꿋꿋하게 왕의 시선을 받아내는 작은 몸에 작게 한숨을 쉰 왕은 손을 내렸다. 다시 빛나는 용안에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나왔다.
“아르토리아여, 그대가 원하는 것을 나에게 말해라. 내 이름은 길가메시. 영웅들의 왕. 네가 그토록 사랑한다 이르는 나라를 나도 왕으로서, 왕의 나라로서 대하겠다. 말하거라, 의지를 관철하는 공주여. 그대가 원하는 건 나라를 지킬 군세인가? 온 백성을 먹여살릴 재정인가? 이 길가메시의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 아르토리아, 그대가 원하는 것을 내가 이뤄주겠다.”
길가메시의 말의 아르토리아는 답지 않게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굳은 얼굴로 그를 똑바로 올려보았다. 지금까지 그 어떤 때보다 당당하게, 그 몸에서 보일 수 있는 가장 큰 기백을 보이며 공주가 크게 말했다.
“저는 왕이 되겠습니다. 이 나라에 복을 내린 신 앞에 떳떳하게, 한 점 더러움 없는, 신이 처음 내게 내린 몸 그대로. 저는 한 사람의 왕이 되겠습니다. 온전히 나라에 나를 바치겠습니다. 그러니 길가메시, 저는 당신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어떤 남자도 저를 가질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결코 흘려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한 나라의 권세가 걸린 발언이자 결코 쉽게 꿈 꿀 수 있는 미래가 아니었다. 길가메시왕은 다시 한 번 표정을 바꾸었다. 아르토리아가 입을 연 순간 이 궁전의 모든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영웅왕도 충격에서 피할 수 없었다.
“끝까지 어리석은 여자구나.”
긴 침묵을 끝내고, 그 한 마디만을 조용히 읊조린 왕은 천천히 뒤를 돌아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
***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어린 하녀가 조마조마한 듯 걸레를 만지작거렸다. 어린 소녀에게 사랑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설레는 것이지만, 가장 꿈같은 곳에 삶을 둔 왕과 공주님의 사랑 이야기는 어째서인지 무서운 것이었다.
“왕께서는 노하신 게 틀림없었지.”
“공주님이 계속 거절하셨으니.”
“어명인데도 말이야.”
선배 하녀들은 열심히 입을 놀리면서도 절대 크게 말하는 법 없이 목소리 낮춰서 노래했다. 궁전에서는 어떤 하찮은 말이라도 조심해야 한다는 그녀들의 법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대화의 주제도 결코 즐거운 것이 아니었고 그녀들에게도 슬픈 이야기였다.
“우리의 왕께서 노하셨어.”
“우리의 공주님에게 크게 노하셔서, 결국 벌을 내리셨어.”
“우리의 공주님을 차가운 감옥에!”
그곳에 있던 많은 하녀가 일제히 숙연해졌다. 어린 하녀가 두려움에 눈을 이리저리 돌리다 고개를 떨구었다.
“우리의 아름다운 공주님이 감옥에 가셨구나. 어명을 어긴 벌을 받으셨구나. 착한 공주님이 건네주시던 과일을 더는 못 받겠구나.”
어린 하녀의 말을 끝으로 모든 이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궁전은 슬픔 침묵만을 간직한 채 고결한 어둠에 묻혔다.
***
달과 별이 지배하는 녹음의 어둠은 이 나라에서 가장 마음에 든 것이었지만, 북동의 차가운 공기는 그렇게나 스쳤는데도 따뜻한 남쪽 나라의 왕에겐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 마치 계속 그를 돌려보내려는 듯 밀어내는 바람은 이 나라의 공주와 닮아있어서 길가메시는 조용히 허공에 손을 뻗어보곤 했다. 당연히 바람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들의 사랑하는 공주의 결박으로 잠들 수 없는 궁전이었을 텐데 모든 것이 조용했다. 어쩌면 아르토리아, 그녀가 이곳의 녹음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가 빛을 보지 못하는 순간부터 고귀한 궁전에서 빛이 없어졌다. 길가메시는 그 덧없음에 다시 한 번 못마땅한 얼굴로 혀를 찼다.
“어리석은 공주여, 이게 네가 바란 것이냐.”
아르토리아는 여전히 절제된 자태로 공손히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그녀가 앉아있는 곳이 차가운 돌바닥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손과 발에 무거운 쇠사슬이 없었다면, 그저 아름다운 공주의 모습이었건만. 왕은 쇠철장에 손을 얹고 몸을 숙였다. 아르토리아의 손과 발을 구속한 쇠사슬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 허락되었다면 자신도 그처럼 그녀를 구속해서 억지로라도 자신의 소유로 만들었을 것이다. 마땅히 그 권능을 가진 왕은 그리하지 않았었다. 오직 자신이 바란 소녀를 존중해주겠다는 약속 하나로 왕은 지금까지 참아왔다. 그런 자신조차 하지 않았던 일을 하찮은 것들이 허튼 수작으로 공주에게 채운 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과 아르토리아를 가로막은 철창 따위 가볍게 구부러트리고 그녀를 데리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길가메시는 그리하지 않고 있었다.
“돌아가세요, 영웅왕. 이곳은 옥체가 있기에 춥습니다.”
공주가 눈을 감은 채 말했다. 길가메시는 그 말을 듣지 못했다는 듯, 반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궁전의 지하 감옥, 그 서늘하고 적막한 곳에 달의 가호를 받은 듯 금빛으로 빛나는 두 남녀가 얼굴을 마주 보고 있었다.
“너의 왕은 너를 죽여서 나에게 용서를 구하겠다고 하더구나.”
젊은 왕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늙은 왕, 그 모습은 쉽게 상상이 되었다. 친자식이 아니라 하더니 작은 나라의 왕에겐 공주도 그저 정치의 도구였던 것인가. 길가메시는 늙은 왕의 착각에 빠진 아첨 따위는 어찌되든 좋았다.
“아르토리아 공주여, 이젠 네게 있는 길은 두 개 뿐이다. 나와 결혼해서 황금의 나라로 왕비로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너의 왕에게 죽어 신의 곁으로 갈 것인지. 자, 이걸로 마지막이다. 이걸로 마지막인 왕의 권유다. 아르토리아 공주여, 어리석은 여자여. 너의 어리석음이 어디까지인지 나에게 보여라.”
길가메시는 마치 아르토리아를 부추기는 듯한 어조로 말했지만, 그의 얼굴은 웃지 않고 있었다. 아름답지만 작은 소녀를 정면에서 똑바로 바라보며, 그녀의 모든 것을 그의 안에 새기고 있었다.
“신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는 왕인 남자여.”
결코 길지 않았지만 그 어떤 밤보다 무거운 어둠이 장악했던 침묵이 지나갔다. 내내 감고 있던 공주의 눈이 떠졌다. 하늘 아래 달이 두 개 더 내려진 것처럼, 보석과 같이 빛나는 파란 두 눈이 길가메시왕의 붉은 눈과 마주쳤다. 그 눈을 보는 순간 길가메시는 생각했다. 이걸로 정말 마지막이구나, 하고.
“그대가 나를 연모한다 이르는 까닭은 내가 여인이기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나는 여인의 몸을 포기하고 그대를 연모에서 놓아주겠다. 신께 그리 빌 것이다.”
길가메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창 너머로 한 손에 잡힐 듯 한 작은 소녀가 있었다. 그는 그것을 안타깝게, 하지만 덧없는 것을 보는 차갑게 내려 보았다.
“그러니, 안녕히 가십시오, 길가메시. 내일 아침 해가 저의 목을 떨어트리는 한이 있더라도, 왕께서는 그 어떤 슬픔도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당연하지.”
왕이 그렇게 대답했다. 공주는 그의 대답에, 만족했다는 것처럼 다시 눈을 감았다. 그 때문에 공주는 왕의 용안에 흐르는 눈물을 보지 못하였다.
“안녕히 가거라, 아르토리아. 내일 아침 해가 너의 목을 떨어트리는 한이 있더라도, 나의 마음에는 슬픔 한 조각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그 어떤 것도 이 영웅왕의 마음에 흠집하나 낼 수 없으니.”
멀리서 노래가 들려왔다. 어린 소녀들이 그녀들의 선망하는 공주를 위해 기도하는 찬양 소리가, 덧없게, 하염없이 덧없게 들려왔다.